콘센트가 웃고 있다 — 사람이 어디서나 얼굴을 보는 이유
벽에 붙은 콘센트가 놀란 표정으로 보이고, 자동차 앞모습이 화나 보이고, 구름이나 나무 옹이에서 사람 얼굴이 튀어나온다. 이런 착각은 일부 사람만의 특이한 경험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에게 공통으로 나타난다. 얼굴이 아닌 것에서 얼굴을 보는 이 현상을 파레이돌리아라고 한다. 왜 뇌는 있지도 않은 얼굴을 이렇게 열심히 찾아낼까.
점 세 개면 충분하다
파레이돌리아가 발동하는 조건은 놀랄 만큼 단순하다. 위쪽에 점 두 개, 아래쪽에 하나. 이 배치만 있으면 뇌는 즉시 얼굴로 읽는다. 콜론과 괄호로 이루어진 이모티콘이 표정으로 읽히는 것도 같은 원리다. 실제 얼굴에 필요한 수많은 정보 없이 최소한의 배치만으로도 인식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이 판단은 의식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콘센트가 얼굴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면서도 표정으로 보이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판단보다 인식이 먼저 일어나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과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어졌나
놓치는 비용이 훨씬 크다
널리 받아들여지는 설명은 오류의 비용이 비대칭이라는 것이다. 수풀 속 그림자를 얼굴로 잘못 봤을 때 치르는 비용은 잠깐 놀라는 정도다. 반대로 진짜 얼굴을 놓쳤을 때의 비용은 훨씬 클 수 있다. 상대가 위협인지 아군인지 판단할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서는 오탐을 감수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쪽이 유리하다. 그래서 얼굴 탐지 회로는 정확도보다 민감도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파레이돌리아는 고장이 아니라 이 설정의 자연스러운 부작용인 셈이다.
얼굴 전용 처리의 흔적
이 현상은 얼굴 인식이 일반적인 사물 인식과 다른 경로로 처리된다는 가설과도 맞물린다. 뇌에는 얼굴 처리에 특화된 영역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영역이 얼굴 비슷한 배치에도 반응하기 때문에 사물이 표정을 갖게 된다. 반대로 이 처리 경로에 문제가 생기면 진짜 얼굴조차 구별하지 못하게 되는데, 그 사례는 안면인식장애 문서에서 다룬다.
그림에서는 이 민감함이 도움이 된다
파레이돌리아는 그림을 그리는 입장에서 굉장히 유리한 조건이다. 보는 사람의 뇌가 얼굴을 적극적으로 찾아주기 때문이다. 선 몇 개만 얼추 얼굴 배치로 놓아도 상대는 그것을 얼굴로 읽어준다. 30초 만에 그린 조악한 그림이 그래도 얼굴로 보이는 것은 그리는 사람의 실력보다 보는 사람의 관대한 인식 덕분이다.
다만 여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얼굴로 보이게 만드는 것과 특정 인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난이도다. 앞의 것은 점 세 개로 되지만, 뒤의 것은 그 사람만의 특징을 잡아야 가능하다. 몽타주 챌린지에서 점수가 갈리는 지점도 정확히 여기다.
정리
사람은 얼굴을 놓치지 않도록 민감하게 조율돼 있고, 그 대가로 얼굴이 아닌 것에서도 얼굴을 본다. 이 관대함 덕분에 어설픈 그림도 얼굴로는 읽히지만, 딱 거기까지다. 누군가를 알아보게 만들려면 결국 그 사람만의 차이를 잡아내야 한다. 그 차이가 무엇이고 어떻게 강조해야 하는지는 캐리커처의 원리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