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 — 안면인식장애

안면인식장애는 시력에도 지능에도 문제가 없는데 유독 얼굴만 구별하지 못하는 증상이다. 눈앞의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고, 심한 경우 거울 속 자기 얼굴조차 낯설게 느낀다. 이 증상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얼굴 인식이 뇌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역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얼굴만 골라서 안 되는 이상한 증상

이 증상의 특이한 점은 손상 범위가 매우 좁다는 것이다. 사물은 문제없이 구별한다. 자동차 모델을 알아보고 글자를 읽고 표정에서 감정을 읽어내기도 한다. 심지어 눈, 코, 입을 각각 묘사하라고 하면 정확히 묘사한다. 그런데 그 얼굴이 누구인지만 나오지 않는다. 부품은 다 보이는데 그것이 조합된 결과로서의 정체가 인식되지 않는 것이다.

이 사실은 얼굴 인식이 일반적인 사물 인식과 같은 경로를 쓰지 않는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뇌에는 얼굴 처리를 담당하는 비교적 특화된 영역이 있고, 이 영역이 손상되거나 제대로 발달하지 않으면 다른 인지 기능이 멀쩡해도 얼굴만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선천적인 경우가 생각보다 흔하다

안면인식장애는 뇌 손상 후 나타나기도 하지만, 뚜렷한 손상 없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후자는 본인이 자각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일이 많다. 태어나서부터 그랬으므로 다른 사람들이 얼굴을 어떻게 보는지 비교할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사람 이름을 잘 못 외우거나 사교성이 부족하다고 여기며 지내는 경우가 흔하다.

이들이 실제로 쓰는 전략은 얼굴이 아닌 다른 단서에 의존하는 것이다. 목소리, 걸음걸이, 체형, 헤어스타일, 자주 입는 옷, 안경, 그 사람이 있을 법한 장소와 맥락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상대가 머리를 자르거나 평소와 다른 장소에서 마주치면 갑자기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반대편 끝에는 초인식자가 있다

얼굴 인식 능력은 사람마다 큰 편차를 보이는 능력이며, 안면인식장애가 한쪽 끝이라면 반대쪽 끝에는 유난히 뛰어난 사람들이 있다. 수년 전 스쳐 지나간 얼굴을 기억하거나, 흐릿한 영상 속 인물을 알아보는 식이다. 일부 수사기관은 이런 능력을 가진 인력을 식별 업무에 활용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 편차가 노력이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차라는 점이다. 사람 얼굴을 잘 못 외우는 것을 두고 관심이 없어서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타고난 인식 능력의 차이일 가능성이 크다.

그림으로 그리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여기서 짚어둘 것이 있다. 얼굴을 잘 알아보는 사람이라고 해서 얼굴을 잘 그리는 것은 아니다. 알아보기는 뇌의 얼굴 전용 회로가 담당하고, 그리기는 기억에서 형태 정보를 끄집어내 손으로 옮기는 전혀 다른 작업이다. 초인식자 수준의 인식 능력을 가진 사람도 기억만으로 얼굴을 그리라고 하면 대부분 보통 사람과 비슷한 결과를 낸다.

그러니 몽타주 챌린지에서 낮은 점수가 나왔다고 해서 얼굴을 못 알아보는 것은 전혀 아니다. 두 능력은 애초에 별개다. 이 구분에 대해서는 얼굴 기억의 과학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고 있다

안면인식장애의 존재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얼굴 인식이 사실은 뇌의 특화된 장치 덕분에 가능한 일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그 장치가 조금만 달라져도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누군가 인사를 못 알아봤을 때 무례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그 사람에게는 정말로 그 얼굴이 처음 보는 얼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