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기억의 과학 — 왜 친구 얼굴을 그리지 못하는가

얼굴 기억은 이상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길에서 마주친 친구를 알아보는 데는 0.1초도 걸리지 않지만, 같은 얼굴을 백지에 그려보라고 하면 대부분 눈 두 개를 찍고 나서 손이 멈춘다. 몇 년을 매일 본 얼굴인데도 그렇다. 이것은 그림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얼굴을 저장하는 방식이 그리기라는 작업과 근본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알아보는 능력과 그리는 능력은 서로 다른 능력이다

인간은 얼굴을 알아보는 데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 몇 년 만에 만난 친구도, 살이 찌거나 머리 모양이 완전히 바뀌어도, 조명이 어둡고 옆모습만 보여도 알아본다. 이 정도 조건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인식 능력은 컴퓨터 비전이 최근에야 따라잡은 수준이다.

그런데 이 뛰어난 능력은 그리기로 전혀 이어지지 않는다. 두 작업이 요구하는 것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알아보기는 이미 저장된 기억과 지금 눈앞에 있는 얼굴을 대조하는 작업이다. 기억이 흐릿해도 비교 대상이 있으므로 판단이 가능하다. 반면 그리기는 비교 대상 없이 기억에서 구체적인 형태 정보를 통째로 꺼내와야 하는 작업이다. 대조가 아니라 인출이고, 이 인출이 바로 인간이 극도로 못하는 일이다.

뇌는 얼굴을 부품이 아니라 덩어리로 저장한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를 전체적 처리라고 부른다. 얼굴은 눈, 코, 입이라는 부품의 목록으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부분들 사이의 관계까지 통째로 뭉쳐진 하나의 덩어리로 저장된다. 그래서 얼굴을 부분으로 쪼개는 순간 인식 성능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는 사실이 여러 실험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간단한 실험이 있다. 지금 가장 친한 친구를 떠올려보자. 얼굴이 꽤 선명하게 그려질 것이다. 이제 그 친구의 콧구멍 모양만 따로 떠올려보자. 눈썹이 눈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인중이 얼마나 긴지도 떠올려보자. 갑자기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려면 정확히 그 정보들이 필요하다. 우리가 가진 것은 전체의 인상이고, 그림이 요구하는 것은 부분의 수치다.

말로 설명하면 오히려 기억이 흐려진다

더 역설적인 현상도 보고돼 있다. 어떤 얼굴을 본 뒤 그 얼굴을 말로 자세히 묘사하게 하면, 나중에 그 얼굴을 알아보는 정확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언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원래의 풍부한 전체적 인상이 둥근 얼굴에 큰 눈 같은 거친 언어 정보로 덮여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정보량이 실제 기억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언어화는 기억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손상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목격자에게 범인의 인상착의를 말로 상세히 진술하게 하는 전통적인 수사 방식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배경에는 이런 요인도 있다. 진술을 받는 행위 자체가 목격자의 기억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입체를 평면으로 번역하는 별도의 장벽

기억의 문제를 다 통과했다 해도 장벽이 하나 더 남아 있다. 머릿속의 얼굴은 입체이고 종이는 평면이다. 입체를 평면으로 옮기려면 어느 면이 앞으로 나와 있고 어디에 그림자가 지는지를 선과 명암이라는 완전히 다른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 이것은 기억력과 무관한, 훈련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별개의 기술이다. 기억이 완벽하더라도 이 번역 단계에서 그림이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특징에 집중하는 전략이 통한다

이 모든 한계를 뒤집어 보면 실전 전략이 도출된다. 정확한 비율과 형태를 기억에서 끌어내는 일은 애초에 잘 되지 않으므로 여기에 시간을 쓰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대신 기억에 확실히 남아 있는 소수의 강한 특징에 자원을 집중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안경, 특이한 헤어스타일, 점이나 흉터, 웃을 때 한쪽만 올라가는 입꼬리 같은 것들이다.

이것이 통하는 이유는 알아보는 쪽의 뇌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얼굴을 식별할 때도 평균에서 벗어난 두드러진 단서에 크게 의존한다. 그래서 비율이 다소 어긋나 있어도 특징 두세 개만 정확하면 보는 사람은 누군지 알아본다. 반대로 비율이 아무리 정확해도 특징이 빠져 있으면 그저 평범한 낯선 얼굴이 될 뿐이다.

못 그리는 것이 정상이다

정리하면, 기억만으로 얼굴을 그리는 일은 인간의 뇌가 잘하도록 설계되지 않은 작업이다. 이것은 개인의 재능 부족이라기보다 인지 구조의 특성에 가깝다. 몽타주 챌린지에서 나오는 처참한 결과물들은 그러니까 실패가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 게임이 웃긴 이유이기도 하다.

수사기관이 이 한계를 어떻게 우회해왔는지는 몽타주의 역사에서 다루고, 실제로 조금이라도 더 잘 그리는 방법은 얼굴 그리기 기초에서 다룬다. 특징을 과장하는 것이 왜 더 잘 통하는지는 캐리커처의 원리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