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타주의 역사 — 목격자의 기억으로 얼굴을 복원해온 60년
몽타주는 원래 게임이 아니라 수사 기법의 이름이다. 범인을 목격한 사람의 기억에만 의존해 얼굴을 복원하는 이 작업은, 60년 넘게 여러 세대의 기술을 거치며 발전해왔다. 그리고 그 역사는 흥미로운 방향으로 흘렀다. 도구가 정교해질수록 결과가 좋아질 거라 믿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고, 결국 접근 방식 자체를 뒤집어야 했다. 이 글은 그 과정을 따라간다.
화가와 목격자가 마주 앉던 시절
가장 초기의 몽타주는 훈련된 화가가 목격자와 마주 앉아 진술을 들으며 직접 그리는 방식이었다. 목격자가 코가 더 뭉툭했다거나 눈이 좀 더 처졌던 것 같다고 말하면, 화가는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했다. 이 방식의 정확도는 세 가지에 달려 있었다. 화가의 실력, 목격자의 기억력, 그리고 둘 사이의 소통이다. 셋 중 하나만 어긋나도 결과물은 엉뚱한 얼굴이 되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규모였다. 얼굴을 제대로 그릴 수 있는 화가는 어느 경찰서에나 있지 않았지만, 사건은 어디서나 일어났다. 수사기관은 화가 개인의 재능에 의존하지 않는 표준화된 도구를 필요로 했다.
1959년, 얼굴을 부품으로 쪼갠 아이덴티킷
그 해답으로 195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의 휴 맥도널드가 아이덴티킷을 내놓았다. 발상은 단순했다. 얼굴을 눈, 코, 입, 턱선, 헤어스타일 같은 부품으로 쪼개고 각 부품의 여러 변형을 투명 필름에 그려두는 것이다. 목격자는 그림을 그릴 필요 없이 이 눈이 제일 비슷하다고 고르기만 하면 됐고, 수사관은 선택된 필름들을 겹쳐 하나의 얼굴을 완성했다. 미술 실력이 없는 사람도 몽타주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의 진짜 혁신은 다른 데 있었다. 각 부품에 번호를 매겨두면 완성된 얼굴을 눈 12번, 코 7번, 입 3번 같은 숫자 코드로 표현할 수 있었다. 이미지 파일을 전송할 방법이 전혀 없던 시대에, 이것은 전보 한 통으로 전국 어느 경찰서에나 용의자의 얼굴을 몇 분 만에 보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아이덴티킷은 이 점 덕분에 빠르게 미국 전역으로 퍼졌다.
1970년, 그림 대신 실제 사진을 쓴 포토핏
1970년에는 영국의 자크 펜리가 포토핏을 발표했다. 구조는 아이덴티킷과 같았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었다. 부품이 손그림이 아니라 실제 사람의 얼굴을 찍은 사진 조각이었다. 결과물은 훨씬 사실적으로 보였고, 사람들에게 진짜 얼굴 같다는 인상을 주었다. 포토핏은 이후 수십 년간 영국 수사의 표준 도구로 자리 잡았다.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이 작업은 자연스럽게 소프트웨어로 옮겨갔다. E-FIT, FACES, PortraitPad 같은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부품의 종류는 비교할 수 없이 많아졌고, 크기와 위치, 간격까지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게 됐다. 기술적으로 보면 이것은 명백한 진보였다.
도구는 좋아졌는데 결과는 좋아지지 않았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부품 수가 수백 배로 늘고 조정 기능이 정교해졌는데, 정작 완성된 몽타주를 보고 실제 인물을 알아보는 비율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다. 연구자들이 원인을 파고들면서 불편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는 도구의 성능이 아니라, 부품을 하나씩 고르게 하는 방식 자체에 있었다.
사람의 뇌는 얼굴을 눈과 코와 입의 조합으로 저장하지 않는다. 얼굴 전체를 하나의 덩어리, 하나의 인상으로 저장한다. 그래서 그 사람 눈만 따로 떼어놓으면 어떻게 생겼느냐는 질문에는 대부분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분명 그 얼굴을 보면 즉시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렇다. 부품 단위로 묻는 방식은 뇌가 얼굴을 저장한 방식과 정면으로 어긋나 있었던 것이다. 목격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시스템이 요구하는 형태로 변환하지 못했다.
접근법을 통째로 뒤집은 진화형 시스템
2000년대에 등장한 진화형 시스템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대표적인 EvoFIT은 부품을 고르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완성된 얼굴 여러 개를 통째로 보여주고, 이 중 누가 가장 비슷한지만 묻는다. 목격자가 고른 얼굴들의 특징을 조합해 다음 세대의 얼굴들을 만들어내고,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며 점점 실제 얼굴에 가까워지게 한다.
핵심은 사람에게 잘하는 일만 시킨다는 데 있다. 전체를 보고 비슷한지 판단하는 것은 인간이 매우 잘하는 일이고, 부분을 언어나 선택지로 묘사하는 것은 매우 못하는 일이다. 진화형 시스템은 후자를 아예 요구하지 않는다. 한 현장 연구에서는 이 방식으로 제작된 몽타주가 용의자 검거와 유죄 판결로 직접 이어진 사례가 상당한 비율로 보고되기도 했다.
이 게임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몽타주 챌린지에서 친구 얼굴이 형편없이 그려지는 것은 단순히 그림 실력 문제가 아니다. 기억 속의 얼굴을 밖으로 꺼내는 일 자체가 60년 넘게 전문가들이 매달려온 난제였다. 수사기관조차 사람에게서 정확한 부분 묘사를 끌어내는 것을 결국 포기하고 방식을 바꿔야 했을 정도다.
그러니 제한 시간 안에 제대로 못 그렸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렇게 나오는 것이 인간의 기억 구조상 자연스러운 결과에 가깝다. 왜 우리 뇌가 얼굴을 이런 식으로 저장하는지 더 알고 싶다면 얼굴 기억의 과학을,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잘 그리고 싶다면 얼굴 그리기 기초를 참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