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내 얼굴과 사진 속 내 얼굴이 다른 이유
거울로 볼 때는 괜찮았는데 사진으로 찍힌 자기 얼굴은 유독 낯설고 어색하다. 카메라 각도나 조명 탓으로 넘기기 쉽지만, 여기에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우리가 평생 봐온 자기 얼굴은 사실 남들이 보는 얼굴과 좌우가 뒤집힌 것이며, 뇌는 익숙한 쪽을 더 마음에 들어 한다.
내가 아는 내 얼굴은 좌우가 뒤집혀 있다
사람 얼굴은 완벽하게 대칭이 아니다. 한쪽 눈이 조금 더 크거나 입꼬리가 한쪽만 올라가거나 코가 미세하게 휘어 있다. 대부분은 본인도 모르는 수준의 차이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우리가 자기 얼굴을 보는 통로가 거의 전적으로 거울이라는 데 있다. 거울은 좌우를 뒤집는다. 즉 우리가 수십 년간 익숙해진 자기 얼굴은 실제 얼굴의 거울상이고, 사진에 찍힌 얼굴이야말로 다른 사람들이 늘 보던 진짜 모습이다. 비대칭이 반대 방향으로 뒤집혀 보이니 어딘가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진다.
익숙한 것을 더 좋아하는 성향
여기에 단순노출 효과가 더해진다. 사람은 별다른 이유 없이도 자주 접한 대상을 더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처음 들었을 때 별로였던 노래가 여러 번 듣다 보면 좋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효과가 자기 얼굴에 적용되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본인은 거울상에 익숙하므로 거울로 본 자기 얼굴을 더 마음에 들어 하고, 반대로 가족이나 친구는 실제 얼굴에 익숙하므로 사진 쪽을 더 자연스럽다고 느낀다. 같은 사진을 두고 본인만 이상하다고 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지는 이유다. 셀카 앱들이 기본으로 좌우 반전 옵션을 제공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자기 얼굴은 오히려 그리기 어렵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많이 본 얼굴인 자기 얼굴은 잘 그릴 수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이유는 몇 가지가 겹친다.
우선 우리가 자기 얼굴을 보는 각도가 극히 제한적이다. 거울 앞에 설 때 사람은 대부분 정면을 응시하고, 무의식적으로 표정을 정돈한다. 그래서 옆모습이나 자연스러운 표정의 자기 얼굴은 의외로 본 적이 거의 없다. 게다가 자기 얼굴에 대해서는 마음에 드는 부분과 아닌 부분에 대한 감정이 얽혀 있어, 특정 부위를 실제보다 크게 혹은 작게 인식하는 왜곡도 끼어든다.
친구 얼굴이 더 객관적으로 보인다
역설적이게도 남의 얼굴은 이런 왜곡에서 자유롭다. 감정적 판단이 덜 개입하고, 여러 각도에서 여러 표정으로 본 기억이 쌓여 있으며, 좌우 반전 문제도 없다. 몽타주 챌린지가 자기 얼굴이 아니라 친구 얼굴을 그리게 하는 것은 게임 설계상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지만, 인지적으로도 더 합리적인 구성인 셈이다.
다만 남의 얼굴이라고 해서 쉬운 것은 결코 아니다. 알아보는 것과 그리는 것은 별개의 능력이며, 그 이유는 얼굴 기억의 과학에서 다룬다. 그리고 특징을 조금 과장할 때 오히려 더 닮아 보이는 현상은 캐리커처의 원리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