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실력은 왜 초등학생에서 멈추는가
대부분의 성인이 그리는 사람 얼굴은 초등학교 때 그리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원을 하나 그리고 그 안에 점 두 개, 짧은 선 하나, 곡선 하나를 넣는다. 수십 년 동안 매일 진짜 얼굴을 보며 살았는데도 손에서 나오는 것은 열 살 때와 같다. 이것은 재능의 문제라기보다, 뇌가 그림을 그릴 때 무엇을 참조하는가의 문제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그린다
사람이 무언가를 그릴 때, 뇌는 눈에 들어온 시각 정보를 그대로 손으로 내보내지 않는다. 그 대상이 무엇인지 먼저 인식하고, 그 개념에 대해 이미 가지고 있는 상징을 꺼내온다. 눈을 그리라고 하면 실제 눈의 복잡한 형태 대신 눈은 아몬드 모양이라는 저장된 기호가 나온다. 코를 그리라고 하면 코는 세로선 하나에 콧구멍 두 개라는 기호가 나온다.
이 상징들은 대개 어린 시절에 형성되어 그대로 굳는다. 이후로는 그림을 진지하게 연습하지 않는 한 갱신되지 않는다. 그래서 성인의 그림은 지식이 늘어난 것과 무관하게 어린 시절의 기호 체계에 머무른다. 문제는 이 상징들이 매우 효율적이라는 데 있다. 빠르고 편하기 때문에 뇌는 굳이 힘든 관찰을 하려 들지 않는다.
상징이 관찰을 밀어낸다
더 곤란한 것은 이 상징이 눈앞에 실물이 있을 때도 작동한다는 점이다. 사진을 옆에 두고 보면서 그리는데도 손은 사진이 아니라 머릿속 기호를 따라간다. 사진 속 눈은 위쪽 눈꺼풀이 두껍고 바깥쪽이 처져 있는데, 손은 여전히 대칭적인 아몬드를 그린다. 눈으로는 분명 보고 있는데도 그렇다.
미술 교육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고전적인 방법이 거꾸로 그리기다. 참고할 사진을 위아래 뒤집어놓고 그리게 하는 것이다. 그림을 뒤집으면 뇌가 그것을 얼굴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고, 얼굴이 아니라 선과 면의 배열로 보이기 시작한다. 인식이 차단되면 상징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손은 비로소 실제로 보이는 형태를 따라 그리게 된다. 같은 사람이 그렸는데도 결과물의 정확도가 눈에 띄게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기억으로 그릴 때는 상징만 남는다
실물을 보면서 그릴 때도 이런데, 기억만으로 그리면 상황은 훨씬 나빠진다. 참조할 시각 정보가 아예 없으므로 뇌는 100퍼센트 저장된 상징에 의존한다. 그래서 기억으로 그린 얼굴들은 그린 사람이 누구든, 대상이 누구든 서로 비슷해진다. 모두 같은 기호 체계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몽타주 챌린지의 하드 모드에서 나오는 그림들이 유독 서로 닮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진이 사라지는 순간 남는 것은 각자가 가진 얼굴의 일반 기호뿐이고, 그 위에 기억나는 특징 몇 개가 겨우 얹힌다.
벗어나는 방법은 관찰의 단위를 바꾸는 것
이 함정을 벗어나는 실질적인 방법은 대상을 이름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눈을 그린다고 생각하는 대신 이 곡선이 어디서 시작해 어디서 꺾이는지를 본다. 코를 그린다고 생각하는 대신 이 그림자가 어느 정도 넓이인지를 본다. 대상을 명명하는 순간 상징이 튀어나오므로, 명명을 미루고 형태 자체에 머무르는 훈련이 필요하다.
또 하나 효과적인 방법은 부분이 아니라 관계를 보는 것이다.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 대신, 눈이 얼굴 폭의 어디쯤에 놓여 있고 코끝과 어떤 각도를 이루는지를 본다. 관계는 상징으로 저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방향으로 보면 기호가 개입할 여지가 줄어든다.
짧은 시간에는 상징이 이긴다
다만 현실적으로 인정할 부분도 있다. 관찰 모드로 전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30초 안에 얼굴 하나를 완성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뇌가 느린 관찰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래서 짧은 제한 시간에서는 상징에 의존하는 것을 전제로 전략을 짜는 편이 낫다. 기본 기호로 얼굴 틀을 빠르게 세우고, 남은 시간을 그 사람만의 특징 한두 개에 몰아주는 방식이다.
반대로 1분이나 2분 모드에서는 관찰에 투자할 여유가 생긴다. 처음 몇 초를 그리지 않고 보는 데만 쓰면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기본 비율은 얼굴 그리기 기초에서, 특징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는 캐리커처의 원리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