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의 기억은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는 말은 오랫동안 가장 강력한 증거로 취급돼왔다. 그러나 기억 연구가 축적되면서 드러난 사실은 다르다. 기억은 영상을 저장했다가 그대로 재생하는 장치가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조각을 모아 다시 조립하는 과정에 가깝다. 그리고 조립 과정에서는 원본에 없던 것이 섞여 들어갈 수 있다.

기억은 저장이 아니라 재구성이다

어떤 장면을 떠올릴 때 뇌가 하는 일은 파일을 여는 것이 아니라 조각들을 모아 그럴듯한 전체를 다시 만드는 것이다. 이 조립 과정에는 실제로 본 정보뿐 아니라 그 상황에 대한 일반 지식, 이후에 들은 이야기, 자신의 기대 같은 것들이 함께 동원된다. 문제는 완성된 기억에 어떤 조각이 어디서 왔는지 표시가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중에 덧붙여진 정보도 직접 본 것과 똑같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확신의 강도가 정확도를 보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주 또렷하게 기억한다는 느낌과 그 기억이 사실이라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반복해서 떠올린 기억일수록 재조립을 여러 번 거쳤기 때문에 원본에서 더 멀어져 있을 수 있다.

질문하는 방식이 기억을 바꾼다

기억이 재구성이라는 사실은 수사 실무에 곤란한 결과를 가져온다. 질문이 조립에 쓰이는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어떤 단어로 묻느냐에 따라 목격자가 떠올리는 장면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실험에서 확인됐다. 수사관이 특정 방향을 암시하는 질문을 던지면 목격자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기억하게 될 수 있다.

얼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코가 크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그 이후의 기억에는 큰 코가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생긴다. 그래서 현대의 수사 절차는 열린 질문으로 시작해 목격자가 스스로 말하게 하고, 유도적인 표현을 피하는 방향으로 정비돼왔다.

묘사하게 하는 것 자체가 기억을 해칠 수 있다

얼굴 기억에는 한 가지 특이한 문제가 더 있다. 본 얼굴을 말로 상세히 묘사하게 하면 이후 그 얼굴을 알아보는 정확도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보고다. 얼굴은 통째로 저장되는데 언어는 그것을 부분으로 쪼개 거친 범주로 옮기기 때문에, 언어화된 기술이 원래의 풍부한 인상을 덮어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것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결론이다. 수사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인상착의 진술을 받는 것인데, 그 행위 자체가 이후 목격자의 식별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얼굴 기억이 왜 이런 성질을 갖는지는 얼굴 기억의 과학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절차로 한계를 보완한다

기억 자체를 개선할 수 없다면 남은 방법은 절차를 개선하는 것이다. 용의자 식별 과정에서 발전해온 원칙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한 사람만 보여주고 이 사람이 맞느냐고 묻는 대신 비슷한 인상의 여러 사람을 함께 제시하고, 진행하는 수사관조차 누가 용의자인지 모르게 하며, 목격자에게 범인이 이 중에 없을 수도 있다고 미리 알린다.

이런 장치들은 모두 같은 목적을 향한다. 목격자가 기억과 대조하는 대신 분위기를 읽고 답하는 상황을 막는 것이다. 몽타주 제작 방식이 부품 선택에서 전체 비교로 옮겨간 것도 같은 흐름에 있다. 사람의 기억을 신뢰할 수 있는 형태로만 사용하겠다는 발상이다. 그 변화의 역사는 몽타주의 역사에서 정리했다.

게임이 보여주는 것

몽타주 챌린지는 이 문제를 아주 낮은 난이도로 재현한다. 목격 상황이 아니라 매일 보는 친구이고, 긴장도 위협도 없으며, 원한다면 사진을 보면서 그릴 수도 있다. 그런데도 결과물은 형편없이 나온다. 조건이 이렇게 좋은데도 이 정도라면, 순간적으로 스쳐 본 낯선 얼굴을 기억해 복원해야 하는 실제 목격자의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다. 웃자고 만든 게임이지만 기억의 한계를 체감하는 데는 꽤 효과적인 장치인 셈이다.